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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생명 멸종에서 시작하는 공생의 언어우리가 새로 쓴 생태 사전『생태적 지혜 개념어 사전』은 생태 철학자 고(故) 신승철이 생전에 구상한 사전에서 출발했다. 신승철은 펠릭스 가타리를 비롯한 여러 생태 사상가의 개념을 한국 사회의 현실과 생활에서 새롭게 풀어내고자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은 이 구상을 한 사람의 사유를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여러 사람의 경험과 실천이 만나는 공동의 작업으로 이어 가기로 했다. 그의 뜻을 이어받은 47명의 필자가 저마다의 삶과 앎을 보태면서 이 사전이 만들어졌다.신승철이 붙들었던 질문은 오늘날 더욱 절박해졌다.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붕괴, 불평등의 심화, 관계의 해체가 동시에 벌어지는 시대다. 경쟁과 성장, 효율과 성과를 설명하는 말은 넘쳐나지만,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가리키는 말은 좀처럼 충분해지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를 진단하는 용어만이 아니다. 삶의 방향을 다시 정하고, 다른 존재와 관계 맺으며, 작지만 구체적인 변화를 시작하게 하는 언어가 필요하다.『생태적 지혜 개념어 사전』은 이 요청에 75개의 개념어로 응답한다.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의 필자들은 자신의 연구와 활동, 노동과 돌봄, 예술과 신앙, 생활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말들을 한 권에 엮었다. 커먼즈, 탈성장, 정의로운 전환, 탄소세 같은 제도와 정책의 언어에서 공동체 밥상, 도시 농업, 공동 주거, 비거니즘 같은 생활의 언어로, 다시 공생, 호혜, 내부 작용, 정동, 생태 슬픔, 분자 혁명처럼 관계와 변화의 힘을 설명하는 언어로 나아간다. 생태 문제를 자연환경만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경제와 정치, 기술과 도시, 몸과 마음, 공동체와 일상의 문제로 넓힌 구성이다.각 항목은 개념의 한글·영문 표기와 간결한 정의, 용어의 기원으로 문을 연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개념의 철학적·역사적 계보를 살피고, 지금 한국 사회의 구체적인 사례와 실천으로 의미를 확장한다. 글의 끝에는 독자가 탐구를 이어 갈 수 있도록 ‘함께 읽기’를 실었다. 정의를 찾아보고 책을 덮는 사전이 아니라, 한 개념에서 다른 개념으로 이동하며 질문과 행동을 이어 가게 하는 사전이다.이 책의 질문은 “생태적 지혜란 무엇인가?”에서 멈추지 않는다. “생태적 지혜는 무엇을 하는가?”, “생태적 지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고 다시 묻는다. 생태적 지혜는 이미 완성된 지식을 전달받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발 딛고 선 장소에서 관계를 새로 만들고 삶을 바꾸면서 함께 구성하는 앎이기 때문이다.독자들도 출간 과정에 참여했다. 2026년 7월 2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텀블벅 펀딩에는 166명이 후원해 목표액의 239%인 5,986,250원이 모였다. 이는 생태 전환의 언어를 함께 만들고 나누려는 요구가 연구소 내부에만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책을 사는 행위가 공동의 지식 기반을 만드는 후원이 되고, 후원자가 완성된 결과의 소비자가 아니라 출판 과정의 구성원이 된 사례다.